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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admin) 시간 2021-03-25 12: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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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창업> 외양간의 이유있는 변신강릉 '소집 갤러리', 고기은 대표
사진 출처 – 갤러리 소집, 고종환 작가

강원도 강릉 병산동에 있던 작은 시골 외양간에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책을 만들고 글을 쓰던 딸과 사진을 찍는 아빠가 함께 외양간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소집 갤러리’라는 이름의 문화공간을 키워냈다.  소를 키우던 곳에 여행자와 지역주민과 더불어 문화를 키워내고 있는 두 사람의 느리고도 아름다운 행보를 따라가봤다.

공간창업을 꿈꾸는 젊은 예비 창업자가 많아지고 있습니다실제로 소집 갤러리 오픈을 준비하면서 가장 세심하게 고려했던 부분은 어떤 점이었나요?

공간을 여는 건 내 마음을 여는 것이기도 합니다. 공사가 끝나고, 이제 문을 열어야 하는데. 오픈 날을 정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달력만 우두커니 바라보는 날이 많았어요. 막상 문을 열려고 하니까 겁이 덜컥 났습니다. 잘 할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도 크더라고요.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만나고 싶은 사람을 찾아가는 것과, 어떤 사람이 찾아올지 모르는 공간에서 사람을 맞이한다는 건 정말 다르다는 걸 실감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겁이 났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꾸려갈 공간이어서 더 부담감도 컸던 거 같아요.

그때 친한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아직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은 것 같다고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며, 찬찬히 문을 열어도 괜찮다고 다독여주었어요. 그렇게 공사를 마치고, 두 달 가까이 공간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성격 급한 아버지도, 이때만큼은 묵묵히 기다려주시더라고요.

저마다 오픈을 준비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를 테지만. 무엇보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단하게 마음먹고 시작하라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자신 없는 나도 너그럽게 품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간도 나도, 처음이니까요.

그렇게 해서 소집의 문을 연 날짜가 2019년 4월 24일인데요. 앞으로 읽어도 사이, 뒤로 읽어도 사이인 날짜입니다. 시간이 멈췄던 공간에서 다시 발걸음을 떼며, 오시는 분들과 사이사이 이야기를 쌓아가며 함께 성장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소집에서 다양한 클래스가 열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글쓰기 클래스소규모 콘서트와 같은 프로그램 외에 새롭게 준비하거나 계획 중인 프로그램이 있나요?

그동안 소집에서 열린 프로그램은 주로 제가 하고 싶은 걸 기획하고, 진행해왔습니다. 그렇다 보니 함께 공간을 지키는 아버지는 그저 공간을 지키는 역할에만 머물러야 했습니다. 올해 1월에 열린 우2021 사진전은 아버지가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신 전시회였는데요. 그때 알았어요. 아버지도 하고 싶은 게 많으시다는 것을요.

지난해 시범적으로 아버지가 지키는 날에 사진을 찍어서 인화해주는 프로그램을 했었는데, 참여하신 분들의 만족도 크셨어요. 그래서 올해는 좀 더 아버지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하실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세심히 들여다보려 해요.

아버지가 사진을 주로 찍으시지만, 원래는 20년간 카메라 감독으로 활동하셔서 영상 전문가이기도 하시거든요. 그 전문성을 살려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함께 고민해보려 합니다.

사진 출처 – 갤러리 소집, 고종환 작가

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갤러리를 오픈한다고 했을 때 주위 반응은 어땠는지실제로 운영했 을 때예술가들과의 콜라보 작업이 어떤 매력으로 다가왔나요?

공간을 열었을 때, 대부분 의아해하셨어요. 공간 준비에 대해 주변에 많이 알리지 않았었는데요.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저는 무언가 시작하기 전까지 생각도 많아지고, 고민이 깊은 타입이어서 잘 이야기를 하지 않았었거든요.

제가 공간을 준비한다는 걸 아는 지인들은 제가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는 일을 하니까 책방을 예상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오픈하고 찾아와 보니 갤러리인 거죠.

그런데 한편으론 글을 쓰는 작가가 꾸려가는 갤러리는 어떤 공간일까. 어떻게 그려갈까.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하고, 기대하기도 하더라고요. 그 마음은 공간을 하면서 더 여실히 느끼게 돼요. 뭔가 틀 지어진 공간이 아니어서, 허들이 없어서 작가님들이 부담 없이 전시를 여는 공간으로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공간이 작다보니 개인전을 열기에 부담이 없는 공간인거죠. 그래서 첫 개인전을 고민하는 작가님들이 특히 첫걸음을 떼는 갤러리로, 대관 문의를 많이 하세요. 올해 절반 이상의 전시 역시, 첫 전시회를 여는 작가님들이기도 합니다.

공간을 열기 이전에도 지역 작가님들과 협업을 하곤 했어요. 그 경험이 지금 갤러리를 하는데 큰 힘이 됩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도 있고, 분야 마다의 고충도 자연스레 알게 되면서 친밀해졌는데요.

그 작가님들과 소집에서 함께 전시를 준비하면서 더욱 끈끈해지는 계기가 되었어요. 큐레이터 경험이 없어서 서툰 점이 많은데 함께 전시를 여는 작가님들 덕분에 부족한 면이 조금씩 채워져 가며 많이 배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전시를 하면서 함께 교감하는 시간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마음이 깊어지는 것이 무엇보다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예술가로 서로를 이해하고, 한 사람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참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쓸모없어져 버려진 공간, 한동안 쓸쓸했던 공간이 이렇게 다시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는 건 작가님의 고심과, 그 고심에서 빚어진 작품들, 그리고 찾아와서 작품을 느끼는 사람들, 그 시간이 함께 숨 쉬는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출처 – 갤러리 소집, 고종환 작가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 소집의 매력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소집에서만 소유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과 시간을 사랑하는 지역 팬덤이 생겨났으리라 예상됩니다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시간이 갈수록 어떻게 변화했나요?

처음엔 여행자와 지역 주민 비율을 따졌을 때, 여행자 비율이 7대 3으로 상대적으로 많이 높았어요. 아무래도 이색적인 공간이기도 해서, 새로운 곳을 호기심 있게 찾아보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점차 지역 주민들의 방문율이 높아져서, 지금은 그 비율이 5대 5가 된 상황이에요.

지역 주민들이 처음엔 이런 공간 자체가 지역에 없고, 생소하다보니 많이 낯설었던 거죠. 그런데 서서히 이 공간이 어떤 공간인지 알고,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면서 조금씩 다가오시더라고요.

강릉에 사는 작가들의 전시회가 지속적으로 열리는 것도 지역 주민들이 이곳을 찾아오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해요.

가까이 그분들의 가족부터, 친구, 지인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그렇게 한 번 발걸음을 해주신 분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소집을 가보라고 입소문도 많이 내주신 덕분에 차츰차츰 찾아주시는 지역 주민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또 전시회가 바뀔 때마다 재방문해주시는 분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감사해요. 소집을 아껴주시는 마음에 늘 힘을 얻습니다.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과 방문객들이 원하는 공간 사이의 고민은 없는지있다면 그 부분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요?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과 방문객들이 원하는 공간 사이의 고민이라기보단, 각각의 소집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돼요.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소집은 첫걸음을 떼는 공간으로 많이 선호하고, 사랑해주시는 공간인데요. 그래서 그 첫걸음을 함께 한다는데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처음 해보는 전시여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함도 크지만, 그와는 반대로 틀이 없으니 좀 더 실험적인 걸 시도해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첫 전시회를 열기까지 고심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공간에 풀어놓을 때, 아쉬움이 없었으면 해요. 머릿속에 그리셨던 걸 다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공간이 크진 않지만, 그 안에서 좀 더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게 많이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작가님들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여 듣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방문객들이 원하는 소집은 아무래도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은데, 앉는 의자가 등받이가 없는 의자다 보니, 오래 앉아있긴 좀 힘든 공간이에요. 특히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에겐 좀 불편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사실 처음엔 커피도 판매하지 않았었어요. 그런데 커피를 찾는 분들이 많으시고, 또 뭔가 그냥 있기엔 좀 불편한 공간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셔서, 부랴부랴 영업신고를 하고 카페 영업도 함께 하게 된 거죠. 메뉴는 아메리카노, 미숫가루, 녹차입니다. 단촐하지만, 그래도 커피, 차를 판매한 건 잘했다 생각해요.

아직까진 지역 주민들이 갤러리 공간만을 보고 찾아오는 것엔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많으세요. 커피를 판매하기 때문에, 그나마 커피를 마시며 작품을 볼 수 있는 곳. 이것이 좀 더 거리감을 좁혀주는 거죠.

커피 가격은 다른 곳보다 저렴한 편인데요. 그렇다고 저렴한 원두를 쓰는 건 또 아니에요. 저희 갤러리 인근에 커피 로스터리 공장이 있는데 그곳에서 원두를 구입하거든요. 커피 맛이 괜찮다고 칭찬하는 분들도 많으세요.

고정된 테이블이 있거나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는 공간입니다. 대신 저희는 홀로 오신 분들의 만족도가 높은 곳이기도 합니다. 조용히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할 시간을 갖는 장소로 많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그렇게 차츰차츰 이 공간을 느끼는 시간이 길어지시는 거 같아요.

결국은 오시는 분들의 이야기에서 개선할 점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분명 이곳의 문제니까요. 아버지와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그 문제를 해결해가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갤러리 소집, 고종환 작가

글쓰기 지도를 통한 나만의 책을 만드는 이끌고 있다고 들었습니다기억에 남는 수강생이나 함께 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작년에 책을 함께 쓰는 프로젝트로 하여, <나는 강릉에 삽니다> 책을 출간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작년에 코로나 19로 뜻하지 않은 상황 속에, 많이 힘든 시기를 보냈었는데요.

물론 모두가 힘든 시기였지만, 각자의 숙제처럼 풀어 가야하는 과정이 많이 답답하고, 힘들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여행을 좋아하는데 여행을 자유롭게 갈 수 없는 것도 많이 답답했었고요.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강릉일까. 왜 그 많고 많은 곳 중에, 나는 강릉에 살고 있는 걸까. 내가 사는 곳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어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은 왜 강릉에 사는 걸까.

왜 한 번도 강릉을 떠나지 않고 사는 걸까. 강릉에 연고 없는 분들은 왜 강릉을 선택해서 온 걸까. 저처럼 강릉으로 다시 돌아온 사람들은 어떻게 강릉을 느끼고 있을까.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계속 머리에서 떠나지 않더라고요. 고향으로 돌아온 지 5년째가 된 무렵이라, 더 생각이 많아지는 거죠.

그러다가 이 이야기를 한번 모아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어요. 감사하게도 그때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출판 저술 지원사업 공고가 떴어요. 소집 공간 역시, 2018년도에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유휴공간 기반 청년 창업 지원사업을 통해 공간 조성을 할 수 있었는데요. 책을 제작하는데도 또 한 번 큰 도움을 주셔서,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내가 강릉에 사는 이유>를 주제로 한 에세이 공모전을 진행하였는데요. 소집의 첫 번째 <함께 쓰기-고하다 프로젝트> 이기도 합니다. 처음엔 이야기가 안 모이면 어쩌나 걱정도 컸는데. 두 달간의 진행 끝에,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스무 편의 이야기가 모였어요.

강릉 이주 1년 차부터 강릉 거주 54년 차까지, 강릉에 평생 살아온 사람, 강릉으로 다시 돌아온 사람, 강릉으로 이주한 사람,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귀한 이야기가 모였습니다. 투박하지만 진솔함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더욱 소중하더라고요.

지난 12월에 책 <나는 강릉에 삽니다>가 출간되었는데요. 책 출간과 함께 전시회를 열었었어요. 저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해를 보낸 거 같아서, 많이 울적해 있었는데, 자신이 쓴 한 편의 글이 이렇게 책으로 나온 것에,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서, 오히려 더 감사한 마음을 전해주시는데, 괜스레 뭉클하더라고요.

용기를 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준 스무 분의 저자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1년에 한 번씩은 어렵지만, 격년에 한 번씩은 이렇게 <함께 쓰기 고하다 프로젝트>를 꾸준히 해보고 싶어요.

사진 출처 – 갤러리 소집, 고종환 작가

만약 소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면 다음에는 어떤 공간의 흔적을 따라가고 싶은지요?

아직은 다음 공간에 대한 생각이 없다는 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소집을 잘 지키고 싶어요. 아무래도 소집 공간이 임대 공간이다보니, ‘지금 이 시간’이 소중하고 애틋해요. 찾아오신 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 공간을 매입했는지 많이 물으시는데요.

그렇지 않다고 하면, 왜 매입하지 않았는지 안타까워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이 공간이 오래오래 지켜졌으면 좋겠는데, 사라질까봐 걱정을 많이 하세요. 생각보다 소집에 대한 애정이 깊은 분들이 많으신 것에 많이 감사하면서도 많이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 사실 전 이 공간이 기한이 있었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거든요. 오히려 소유였더라면, 안주하는 마음 때문에 금세 권태로움이 오고, 싫증을 냈을지 몰라요.

하지만 기한이 있다고 생각해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냈습니다. 그러면서 가끔 게을러지려는 마음도 잡아주기도 해요. 기한이 있기 때문에 하루하루 허투루 보낼 수 없게 하기도 합니다.

이제 올 4월이면 만 2년이 되는데요. 앞으로 3년 후, 소집이란 공간을 계속해서 지켜갈 수 있을지, 더는 이어갈 수 없을지, 알 수가 없는 공간이에요. 물음표인 공간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아쉬움을 남기고 싶진 않아요. 그래서 하고 싶은 걸 미루지 않고 바로바로 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저뿐 아니라 아버지도, 이곳을 애정해주시는 분들도, 소집에서 무언가 해보려는 용기를 많이많이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소집을 채워가 주세요. 소집으로 소집합니다!

 

공간창업강릉소집갤러리고종환작가 

 

 

 

출처 : https://jnb.news/%ec%99%b8%ec%96%91%ea%b0%84%ec%9d%98-%ec%9d%b4%ec%9c%a0%ec%9e%88%eb%8a%94-%eb%b3%80%ec%8b%a0/